[천자칼럼] 두부(豆腐)

입력 2015-10-15 18:07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


두부(豆腐)는 한·중·일 공통 음식이다. 요즘엔 미국 마트에서도 ‘토푸(tofu)’란 일본식 이름의 두부가 흔하다. 힐러리는 영부인 시절 두부를 백악관 식탁에 자주 올렸다. 영화 ‘투 윅스 노티스(Two Weeks Notice, 2002년)’에선 두부를 스펀지케이크인 줄 알고 먹는 장면이 나온다.

두부는 음식의 5미(五味)를 갖춘 식품으로 꼽힌다. 맛과 향이 좋고, 광택이 나며, 반듯하고, 먹기 간편하다. 한의학에선 두부가 원기를 북돋우고 비위(脾胃)를 고르게 하며 체액 분비를 촉진하고 열을 내리며 독을 제거해 숙취 해소에도 좋다고 한다. ‘밭의 고기’라 할 만하다.

전통 제조법은 물에 불린 콩을 맷돌로 갈아 끓인 뒤 베주머니에 넣고 짜서 나온 콩물에 간수를 넣어 굳히는 것이다. 콩 1㎏으로 두부 4~5㎏를 만들고 남은 찌꺼기는 비지가 된다. 지금은 간수 대신 고순도 마그네슘이나 칼슘 응고제를 쓴다. 강릉 초당두부는 바닷물을 간수로 썼다.

판두부 외에 처녀의 고운 손이 아니면 문드러진다는 연두부, 덩어리를 막 건져낸 순두부도 있다. 두부를 얇게 저며 두 번 튀기면 유부(油腐)가 된다. 두부는 한자로 ‘썩을 부(腐)’를 쓰지만 여기선 연하다는 의미다. 중국 취(臭)두부는 소금에 절여 오래 삭힌 일명 ‘썩은 두부’다.

두부의 기원은 중국이다. 한데 기원전 2세기 한고조 유방의 손자인 회남왕 유안(劉安)이 신선들에게서 배운 불로장생의 비법이라고 한다. 지금도 안휘성 회남에선 유안의 생일(9월15일)에 두부문화제가 열린다. 하지만 다른 기원설도 많아 정확한 유래를 알 수 없다.

우리나라의 두부에 관한 첫 기록은 이색의 ‘목은집(牧隱集)’(1404년)에서다. 그러나 맷돌 등의 유물에 비춰 삼국시대 전래 가설도 설득력이 있다. 일본의 두부는 임진왜란 때 경주 성장인 박호인이 잡혀가 만든 게 시초라고 최남선이 ‘조선상식’에 썼다. 그러나 일본에선 두부를 ‘당부(唐腐)’로도 불렀듯이 중국에 유학한 승려들이 전한 것으로 본다.

집행유예로 출소한 강덕수 전 STX 회장이 백발이 성성한 모습으로 두부를 먹는 사진이 어제 신문에 일제히 실렸다. 이는 우리만의 풍습이다. 예부터 관재(官災)가 있으면 액땜으로 두부를 먹었다. 영양 많고 소화도 잘되는 두부로 부족한 영양을 보충하고, 흰 두부처럼 깨끗이 살라는 의미다. 작가 박완서는 색다르게 해석했다. “징역살이를 속된 말로 ‘콩밥을 먹는다’고 하는데, 두부는 콩으로부터 풀려난 상태니(…) 다시는 옥살이를 하지 말란 당부나 염원쯤이 되지 않을까.”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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